티스토리 뷰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최근 1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 그 인기만큼이나 파격적인 소설이었는데요. 읽은 후 서평과 인상 깊은 구절에 대한 포스팅 해보려고 합니다. 

소설 아몬드 표지

Ι 감상평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듯한 책표지의 소년의 표정이 인상적인 소설책의 표지에 흥미를 느끼며 읽게 된 소설... 처음 몇 장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들었던 느낌은 '이게 정말 청소년 소설이 맞나?' 하는 것이었다. 

살해의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의 시작 수위가 결코 청소년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소설에서 전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해짐에 따라 '결국은' 청소년 소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작은 마치 일본작가의 어떤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설이 풍기는 느낌도 왠지 일본소설스럽다. 나만 그런가?

 

여하튼 충격적인 살해장면의 목격으로부터 시작하는 소설은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를 전하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담담하지만 날카롭게 우리 사회의 문제를 몇 가지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윤재와 곤이의 삶을 주연으로 할멈과 엄마, 도라와 심박사 같은 주변 인물들과 함께 말이다.

 

공감 없는 우리...

다른사람의 고통을 깊게 동정하기도 하지만 곧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마치 금방 끓었다 식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이 떠오른다. 차라리 잠깐이라도 공감을 하면 그나마 다행일까? 다큐로 또는 후원을 위한 먼 이국땅의 가슴 아픈 고통을 대부분의 우리는 아무런 감정 없이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바라보기 때문에...

그러고 보면 단지 짧은 공감으로 그치거나 공감조차 못하는 사회... 이것은 혹자가 말하듯 비단 한국인만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모든 현대사회인들의 공통적인 사회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리고 그 대가와 업보는 아무런 죄 없는 윤재의 가족이 짊어졌듯이 우리에게 또는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흡입력이 굉장한 소설이다. 100만부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이건 정말 인정해야 할 소설이며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Ι 인상깊은 구절

 

"내게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처음엔 할멈을 찌른 남자의 마음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점차 다른 쪽으로 옮겨 갔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하는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폭격에 두 다리와 한쪽 귀를 잃은 소년이 나오는 뉴스를 보다 심박 사는 나를 보자 다정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묻지 않았다. 누군가는 저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등지고 어떻게 당신은 웃을 수 있느냐고...
비슷한 모습을 누구에게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널을 무심히 돌리던 엄마나 할멈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라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변함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큰다 해도? 그 질문에서 출발해 '과연 나라면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하고 의심할 만한 두 아이가 만들어졌고 그들이 윤재와 곤이다."

 

"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한 때는 내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난 것이 작가가 될 깜냥이 못 되는 거라 생각해 부끄러웠던 시절도 있다. 세월이 거치면서 그 생각은 바뀌었다. 평탄한 성장기 속에서 받는 응원과 사랑, 무조건적인 지지가 몹시 드물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것이 한 인간에게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세상을 겁 없이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는지, 부모가 돼서야 깨닫는다."

 

"아이들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들이다. 당신도 한때 그랬을 것이다."